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국내 은행의 연체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깜짝 성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업종별·지역별 차이가 크다 보니 전체 부실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를 빼면 좋은 곳이 거의 없다”는 얘기가 실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내수 산업인 부동산·임대업과 도소매업의 연체 부담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은행의 부동산·임대업 연체율은 2%에 육박했고 주요 시중은행의 도소매업 연체율도 1년 전보다 높아졌다. 수출 회복의 온기가 고르게 퍼지지 못한 가운데 금융비용 부담까지 겹치면서 취약 차주의 자금난이 길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의 올 9월 말 부동산·임대업 연체율은 1.99%로 지난해 같은 달 1.16%보다 0.83%포인트 상승했다. 도소매업도 1.08%에서 1.18%로 높아졌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상승세는 더 뚜렷하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부동산·임대업 연체율은 0.87%, 도소매업은 1.02%였다. 올해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연체율은 계속 높아진 셈이다.
시중은행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하나은행의 중소기업 부동산·임대업 연체율은 지난해 9월 말 0.42%에서 올해 9월 말 0.68%로, 도소매업은 0.68%에서 0.83%로 상승했다. 우리은행 역시 중소기업 도소매업이 0.68%에서 0.97%로, 부동산·사업서비스업은 0.40%에서 0.82%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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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전체 연체율은 0.45%에서 0.42%로, 도소매업은 0.57%에서 0.52%로 낮아졌지만 부동산·임대업은 0.24%에서 0.29%로 올랐다. 개인사업자(SOHO)로 범위를 좁히면 도소매업도 0.67%에서 0.69%로 상승했다. SOHO 부동산·임대업은 0.20%에서 0.34%로 올랐다. NH농협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도 같은 기간 0.58%에서 0.73%로 높아졌다. KB국민은행은 운수업 연체율이 0.15%에서 0.73%로 크게 상승했다.
지방은행에서는 전체 대출 연체율도 1%를 웃도는 곳이 잇따랐다. 전북은행은 1년 전 1.27%에서 1.73%, 광주은행은 0.86%에서 1.38%로 올랐다. 부산은행은 0.93%에서 1.15%, 경남은행은 0.96%에서 1.11%로 상승했다.
중소기업 대출에서는 전북은행이 1.27%에서 2.04%, 광주은행이 0.88%에서 1.62%로 높아졌다. 부산·경남은행도 각각 1.25%, 1.31%로 1년 전보다 올랐다. iM뱅크는 전체 연체율이 0.82%에서 0.78%로 낮아졌지만 중소기업은 1.14%에서 1.17%로 상승했다.
부동산·임대업과 도소매업의 연체 부담에는 내수·부동산 경기의 회복 지연과 금융비용 부담이 겹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도소매업은 소비 회복이 고르지 않아 이자 부담을 덜 만큼 수익이 개선되지 못한 업체들이 있고 임대업은 공실에 따른 임대수입 감소가 부담”이라며 “특히 지방의 경우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분양·매각과 자금 회수가 늦어지는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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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회복이 더딘 내수 업체들은 비용 부담을 덜어내기도 쉽지 않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9월 중소기업 동향’에 따르면 7월 중소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월보다 1.3% 늘어 6월(3.6%)보다 증가 폭이 줄었다. 연구원은 “물가 상승과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증가세로 전환되는 등 비용·자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고금리 대출 비중까지 높아지면서 중소기업의 상환 부담은 한층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중소기업 대출의 연 5% 이상 금리 비중은 올해 1월 15.2%에서 9월 31.0%로 15.8%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은 9.2%에서 10.6%로 1.4%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쳐 중소기업의 확대 폭이 11.3배에 달했다. 연 6% 이상 대출 비중도 중소기업은 3.4%에서 9.4%로 6.0%포인트 높아진 반면 대기업은 1.0%에서 1.7%로 0.7%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도체 호황의 파급효과가 커지더라도 취약 업종의 체감경기가 따라오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호황의 효과가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 속도는 업종과 차주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내수 회복이 더딘 상태에서 금융비용 부담까지 커지면 영세 업체의 상환 여력 개선이 늦어질 수 있는 만큼 맞춤형 지원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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