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나니, 혼자였을 때는 무심결 넘겼던 타인의 배려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유모차가 들어오길 기다리며 아파트 엘리베이터 ‘문 열림’ 버튼을 눌러주는 할머니, 아이들이 아장아장 들어올 수 있게 카페 출입문을 잡아주는 청년... 이웃 아저씨는 “제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우리 아파트 주차 명당은 세 쌍둥이네 승합차 전용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계속 건의하고 있다”고 했다.
김용현(뒷줄 왼쪽)·주소담씨 부부가 지난해 7월 세쌍둥이 돌을 맞아 찍은 기념사진. 앞줄 왼쪽부터 첫째 강한, 셋째 드림, 둘째 믿음. /주소담씨 제공
경기 오산시에 사는 세쌍둥이 형제
효성 주식 김강한·믿음·드림(2)의 엄마 주소담(33)씨는 “세상살이가 많이 퍽퍽해졌다고들 하는데, 생면부지 사람들도 우리 식구에게 배려를 베푸는 걸 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며 “우리 아이들도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고 행복해하는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2019년, 지인 소개로 남편 김용현(37)씨를 처음 만났다. 이들은 세 번
전자주 째 만남에서 사귈지, 말지를 정한다는 이른바 ‘삼프터(3+after) 룰’을 깨고 9~10번을 만났다. 평생 동반자를 찾는 중이었던 주씨는 상대의 말투, 사소한 행동을 꼼꼼하게 살폈다. 그러다 ‘이 사람은 힘들 때 중심을 잡아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연애를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남편 김씨의 장난 섞인 투정을 듣긴 했다. “나는 네가 마음에 들었
스핀모바게임랜드 는데, 왜 그렇게 시간을 끌며 나를 애간장 태우게 했느냐”고.
결혼을 결심하고 만남을 시작했으니 속전속결이었다. 이듬해 바로 식을 올렸다. ‘아이 없는 가족’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주씨는 언니가, 김씨는 남동생이 있다. 형제, 자매의 존재가 평소 큰 힘이 된다는 걸 서로 알고 있으니, 둘을 낳겠다는 생각이었다. 주씨는 ‘최대한 빨리 낳
키움증권모의투자 아 빨리 기르자’는 생각이기도 했다.
늦지 않은 나이에 결혼해 임신을 곧 하리라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통상 1년간 임신을 시도했는데 되지 않으면 난임으로 본다. 주씨는 2년 가까이 임신을 하지 못했다. 시험관 시술을 했는데 다행히도 첫 시도 만에 아이가 생겼다.
처음에는 쌍둥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임신 7주 차,
CJ CGV 주식 산부인과 의사가 조심스레 운을 뗐다. “아기집이 3개가 보인다. 한쪽에서 둘로 분열했다.” 주씨는 울면서 남편에게 전화했다. 기뻐서가 아니라, 걱정이 물밀듯 쏟아져서였다. 셋을 모두 건강하게 낳을 수 있을지, 혹 누군가는 잘못되지 않을지, 육아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현실적으로 경제적 부담을 다 감당할 수 있을지.... 훌쩍이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주씨 말을 듣던 김씨가 말했다. “난 또. 둘 중에 하나가 잘못된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괜찮아. 우린 할 수 있어.”
세쌍둥이는 유산 위험이 커서 가장 약한 아이를 미리 포기하는 ‘선택적 유산’이 가능하다. 주씨도 선택적 유산을 권고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우리에게 주어진 아이, 누군가를 포기할 순 없다”고 했고, 주씨도 그런 남편의 말에 수긍했다. 김씨는 그렇게 주씨를 다잡아줬다.
원래 자연 분만을 생각했다. ‘아이들이 엄마 뱃속에서 하루라도, 단 몇 시간이라도 더 있다가 세상 빛을 보게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양수가 터지며 주씨도, 아이들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 돼 결국 34주 차인 2023년 7월,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다. 아이들은 각각 2.0kg, 1.9kg, 1.8kg이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분만을 했는데, 남은 신생아 중환자실 자리가 1개밖에 없어 2명은 강동경희대병원으로 구급차를 타고 이송됐다. 구급차엔 남편 김씨가 함께 탔다. 시간이 흘러 김씨가 주씨에게 “그날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덜컹거리는 차를 탔다. 아이들이 그런 상황에 놓인 게 내 잘못 같아서, 아빠로서 너무 미안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주씨는 “남편이 그간 우는 걸 본 적이 없고, 늘 차분하게 중심을 잡는 사람인데 울길래 깜짝 놀랐다”면서 “‘저렇게 아빠가 되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낮엔 카페를 운영하고 밤엔 육아를 했다. 대기업 연구원인 주씨는 육아 휴직을 냈다. 하나 키우기도 힘들다는데 셋은 더욱 요란하다. 새벽에 누구 하나가 울음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 이내 울음바다가 된다. 서로 피를 나눴는지도 아직 모를 아이들은 서로를 물고, 뜯고, 꼬집는다. 주씨 부부는 아이 생후 100일쯤이 제일 힘들어, 이때 잠을 제대로 잔 기억이 없다고 한다.
부부 둘만이었다면 버거웠을 터다. 같은 아파트에 주씨 부모님과 언니 가족이 살고 있다. 이들이 저녁이면 돌아가며 주씨 집을 찾아 육아를 도왔다. 외출이라도 하는 날엔 부모님 식구와 함께 3대가 총출동한다.
한편 주씨는 “이웃의 작은 배려가 아이를 키우는 사람에게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아이를 낳고 나서야 알았다”고 했다. 좁은 길에서 맞닥뜨린 사람은 유모차가 먼저 지나가라며 길을 터준다. “이 아파트에서 제일 좋은 주차 자리는 세쌍둥이네 승합차 자리여야 한다”며 소리 높이는 이웃도 있다. 주씨네가 실제 특정 자리를 배정받은 건 아니지만, 주씨는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세 아이는 남들보다 조금 적은 체중으로 태어났지만 이젠 또래 평균 몸무게까지 건강하게 자랐다. 지난달부터는 서로 손잡고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낯선 환경에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많지만, 세쌍둥이는 늘 보던 형제가 함께 있어 어린이집에 잘 적응했다고 한다. 주씨는 “나와 남편에게 형제·자매가 큰 힘이 되는 것처럼, 이 아이들도 힘들 때 서로 의지하며 세상을 살아갔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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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위원회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선물한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위원회(betterfuture@korea.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